진료실에 들어온 한 남성은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한 신체를 지닌 젊은 사람으로, 서핑보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심근병증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가 발견되었다는 결과를 듣고 내원하였으며,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오늘 그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할까요? 본 기고문에서는 최신 문헌과 가이드라인을 검토하여, 심근병증 유전 상담에 관심있는 의료진이 꼭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칩니다. 주요 유형으로 확장성 심근병증, 비후성 심근병증, 제한성 심근병증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근절(sarcomere)이나 세포 골격(cytoskeletal complex) 등과 관련된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에 의해 유발되기도 합니다.
심근병증은 주로 상염색체 우성 유전 양식으로 가족 내에 전달됩니다. 특정 병원성 변이를 가진 사람이 질환을 나타나는 비율을 침투도(penetrance)라고 하며, 이는 생애 동안의 위험도를 의미합니다. 많은 상염색체 우성 심근병증은 불완전하거나 연령에 따른 침투를 보이므로, 환자 및 가족에 대한 유전상담 시 현재 증상이 없는 어린이나 젊은 성인도 이후에 질환이 발현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심근병증은 발병 연령, 증상의 강도, 합병증 위험 등에서 큰 차이가 나는 가변적 표현도(variableexpressivity)를 보입니다. 이는 유전자와 변이 유형간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으며, 가족 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환경적 요인이나 추가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유전 상담의 필요성과 제공 정보심근병증을 환자와 가족이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려면 유전 상담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전성이 의심되거나 이미 진단된 모든 심근병증 환자에게 유전 상담을 권장하며, 이는 질환의 특성과 가족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단계라 제안하고 있습니다 [1]. 또한, 미국유전상담협회(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는 비후성 심근병증이 진단되었거나 좌심실 비대가 확인된 모든 환자에게, 발병 연령이나 가족력, 심근 비대 정도와 관계없이 유전자 검사와 유전 상담을 시행할 것을 권장합니다 [2]. 심근병증 유전 상담 과정에서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표 1)[3].
심근병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유전성 심장질환을 평가하고, 병의 증상과 진행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약물 치료, 기기 삽입, 수술, 또는 생활습관 변화 등 다양한 치료 옵션을 고려할 수 있도록 전문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4,5].
유전자 검사에서 병원성 변이가 발견되면,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1차 가족(first-degree relatives)에 대한 유전 상담과 유전 검사를 시행해야 합니다(cascade genetic testing).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의미가 불확실한 경우(VUS, variant of uncertain significance)도 보고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결과는 유전성 질환을 확인하거나 배제하는 데 바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가 음성인 경우에는 병원성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앞으로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병원성 변이가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더 광범위한 유전자 검사 시행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심근병증을 유발하는 병원성 변이를 가지고 있지만(genotype-positive), 증상이 없는(phenotype-negative) 경우에는 병력 조사, 신체 검사, 심전도, 심혈관 영상 검사, 그리고 필요 시 운동 부하검사 또는 홀터 모니터링 등 초기 심장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5, 6]. 이후에는 정기적인 심장 검사를 통해 심근병증의 발병 여부를 감시해야 하며, 비후성 심근병증의 경우 연령에 따라 어린이와 청소년 시기에는 1-2년 간격으로, 성인기로 넘어가서는 3-5년마다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심근병증 | 0-5세 | 6-12세 | 13-19세 | 20-50세 | 50세 이상 |
---|---|---|---|---|---|
확장성 심근병증 | 매년 | 1-2년마다 | 1-3년마다 | 2-3년마다 | 5년마다 |
비후성 심근병증 | 매년 | 1-2년마다 | 2-3년마다 | 5년마다 | 5년마다 |
제한성 심근병증 | 매년 | 1-2년마다 | 2-3년마다 | 3년마다 | 5년마다 |
부정맥유발성 우심실 형성이상 | 한차례 | 5년마다 | 1-3년마다 | 2-3년마다 | 3년마다 |
심근병증 가족에 대한 심장 검진은 환자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가족 구성원을 찾기 위해 시행되며, 특히 1차 가족(부모, 형제자매)의 경우 동일한 질환의 발병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3,4]. 가족 내 검진을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심근병증의 경우, 생활습관 교정(과도한 운동이나 음주 금지), 약물 치료, 또는 예방적 인공 심박동기 삽입 등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심장 검진에는 심전도, 심초음파 등 비침습적 검사가 주로 활용되며, 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이 발견된 가족에 대해서는 해당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한 1차 가족들에 대해 추가 검사가 권고됩니다. 심근병증은 발병 연령이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 검진에서 정상 소견이 나왔다고 해서 미래에 병이 발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특히 사춘기 이후 또는 그 즈음부터 증상이나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춘기부터 성인기까지 정기적으로 심장 검사를 지속해야 하며, 병의 침투도가 완전하다고 판단될 때(대개 50-60세까지) 검진을 지속해야 합니다 (표 2) [4]. 검진 시기와 방법은 가족 내 질환의 시작 연령, 증상 유무, 생활습관, 그리고 심근병증의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근병증 유전 상담은 환자와 가족에게 질환의 유전적 위험을 이해하고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유전 상담 시에는 질환의 유전 양상, 임상 양상, 검사 결과의 의미, 가족 검진 계획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심근병증 유전 상담은 낮은 투과도, 다양한 표현형, 불확실한 결과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유전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상담과 정보 제공을 통해 환자와 가족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References]
1. 2023 ESC Guidelines for the management of cardiomyopathies, European Heart Journal (2023) 44, 3503-3626
2. Genetic testing and counseling for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n evidence-based practice resource of the
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 Journal of Genetic Counseling. (2025);34:e1993
3. Genetic counselling and testing in cardiomyopathies: a position statement of the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Working Group on Myocardial and Pericardial Diseases, European Heart Journal (2010) 31, 2715-2728
4. Genetic Evaluation of Cardiomyopathy-A Heart Failure Society of America Practice Guideline, Journal of Cardiac
Failure (2018) 24, 281-302
5. 2024 AHA/ACC/AMSSM/HRS/PACES/SCMR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Hypertrophic Cardiomyopathy:
A Report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oint Committee o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Circulation (2024) 149, e1239-e1311
6. Genetic evaluation of cardiomyopathy: a clinical practice resource of the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and Genomics (ACMG), Genetics in Medicine (2018) 20, 899-909